빨간약과 소화제가 가득했던 집안의 작은 병원, 약상자는 왜 예전만큼 보이지 않을까?
예전 집에는 유난히 건드리면 안 되는 상자가 하나쯤 있었다. 안방 장롱 위나 서랍장 깊숙한 곳, 혹은 아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약상자다. 뚜껑을 열면 빨간약이라 불리던 소독약, 알약이 들어 있는 작은 병, 소화제, 감기약, 파스, 반창고, 거즈, 체온계와 연고가 한데 들어 있었다. 누가 넘어져 무릎이 까지면 약상자가 열렸고, 밤늦게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나도 가장 먼저 그 상자부터 찾았다. 병원이나 약국에 바로 가기 어려운 시간이라면 집 안에 있는 약으로 먼저 버텨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이었다. 지금도 가정마다 상비약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나 나무상자 하나에 온갖 약을 한꺼번에 모아두고 온 가족이 공유하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 보인다. 해열진통..
2026. 10. 12.
해진 옷도 버리지 않고 고쳐 입던 곳, 동네 수선집은 왜 줄어들었을까?
예전 동네 골목에는 ‘옷수선’, ‘의류수선’, ‘리폼’ 같은 글씨를 내건 작은 가게가 하나쯤 있었다. 가게 안에는 재봉틀과 다리미, 줄자, 실타래, 지퍼와 단추가 빼곡했고, 벽에는 손님이 맡긴 바지와 재킷, 교복, 치마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바짓단이 길면 줄였고, 허리가 맞지 않으면 품을 조절했다. 지퍼가 고장 나면 새것으로 갈았고, 무릎이나 팔꿈치가 해지면 천을 덧대 다시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새 옷을 사는 대신 조금 손봐 더 오래 입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시절, 수선집은 동네의 작은 생활기술센터였다. 지금도 의류수선점은 분명 존재한다. 통계지리정보서비스에서도 ‘생활용품수리’와 같은 생활서비스 업종이 여전히 별도 범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주택가 골목마다 작은 수선집이 보이는 풍경은 확..
2026. 9. 28.